언젠가는, 엄마아빠

숙제날 받아왔다.

그냥 쑨 2014. 3. 21. 19:10

상처는 스스로 만드는 거다.

상대방은 나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그녀는 자기 얘기를 했을뿐인데 나는 왜 상처받은 기분이 드는걸까?

 

 

병원에 다녀왔다.

오늘은 난임(불임)센터에 다닌지 두번째 주기의 배란초음파를 보는 날이었다. 어제부터 배란통이 있었다.

클로미펜(배란유도제)을 먹은 덕에 이번엔 오른쪽에서 두개, 왼쪽에서 한개의 난포가 자라고 있단다.

매달 한개만 자라다가 이번엔 세개라고 하니 확률이 세배로 늘어난 셈이다.

병원이 신기한 것이, 어쩜 초음파 보러오라는 날에 가면 딱 알맞게 난포가 터지기 일보직전인 상태인건지.

내 몸의 리듬이 정확해서겠지만 의사쌤도 참 잘 맞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 검사는 4월 1일로 예약되었다.

이번주에 하겠다고 하더니 나 없는 사이 술을 먹어서 (정말 속상했다) 다음주 수요일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막상 예약전화를 해보니 시간대가 맞지 않아 4월1일에나 가능하단다.

그가 검사하겠다고 해놓고는 잊어버리고 혼자 집에서 술을 먹은 것도 야속하고(말로만 검사하겠다고 하고 검사할 의지는 없었던거라고밖에 볼 수 없잖아)

하루 빨리 결과가 궁금한데 4월초에 검사하고 결과를 알기 위해서 1주일 기다려야하는 것도 속상하다.

신랑 결과 나오기 전에 이번주기의 노력이 성공일지 실패일지 먼저 알게 되는 것도 더더욱 속상하다.

 

 

병원에 갔다가 살까말까 고민되던 책들이 있어서 바람도 쐴 겸 서점에 갔었다.

책을 보고 있는데,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작년 봄에 결혼한 친구인데, 임신을 해서 올 여름에 낳을 거라는 소식이었다.

뭐... 그녀가 먼저 소식을 알려온 건 아니고 눈치가 임신한 것 같길래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한참전에 그녀가 임신했던 꿈을 꾼 적이 있어서 역시나 하는 기분이었는데

초기에 입덧이 심했다는 얘기나,

멋모르고 돌아다니다가 좀 위험했다라는 얘기나,

그래서 친정에서 쉬고 있다는 얘기나,

누워만 있어야해서 지겹다는 얘기같은 것들이

나는 왜 듣기가 거북한지?

부러운데 괜히 자존심도 상하는 것 같고 생각할 수록 자꾸만 눈물이 핑 돌고

친구들은 잘도 생기는 아이가 나는 왜 안되는가 싶어서 서럽기도 하고 그야말로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친구의 임신소식에 보려던 책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병원을 나올때만 해도 기대가 있었는데,

친구의 소식을 접하고 보니 '이제까지 안됐는데 이번에라고 될라고'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기분이 우울하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싶은데 객관적으로 보면 하소연거리는 아니지 않은가

친구가 아이를 가졌으면 좋은 일이지 나는 왜 이다지도 서러운건지

 

절친이 내 얘기를 듣더니 나는 아마 아이를 가지면 엄청 유난떨 것 같다는데

당연하지! 이런 기분인데 아이가 생기면 얼마나 귀하겠어.

이러다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까지 가서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하늘을 찌를 정도로 유난스러울 게 뻔~하다.

 

 

 

 

이번에는 자궁에 폴립(용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달에는 못본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단다.

사이즈가 작고 숫자가 많지 않아서 임신에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라며

이번주기에 실패하고 사이즈가 커지게 되면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며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란다.

 

그리고 지난달 균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

균검사로 4가지 검사를 하는데 모두 음성이라며 임신에 방해되는 균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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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및 검사비 35,000원(초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