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1
살림 4년차,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결혼 후 변할 줄 알았는데) 역시 부지런과는 거리가 멀어서 청소는 아주 뜸~하게, 살림은 되도록 안하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프리랜서라서 살림도 일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살림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은 것이다.
<심플하게 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부자가 되는 정리의 힘>,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1,2>를 읽고 집안의 물건들을 줄여 청소하기 편하고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집을 만들어 살림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푸근씨에게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하겠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째, 그의 콧방귀가 내심 서운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1주일동안 심플, 미니멀은 개뿔;
머릿속엔 주방 서랍속에 있는 한번도 안쓴 채칼이랑 접시꽂이들, 옷장안에 안입는 옷들, 세탁실에 안쓰는 화분들, 욕실에 잡동사니만 쌓이는 선반, 작은방에 부서진 의자 2개와 고장난 모니터 2개, 자꾸 넘어지는 옷걸이, 바닥에 중고서점에 팔려고 꺼내놓은 책들을 비워야지 생각은 하는데 일이 어마어마한 느낌이라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큰동생도 오고 형님네 가족까지 다녀가면서 거실에 깔아놨던 이불, 쇼파위 방석들, 안방에 쌓아놨던 옷바구니들 옷장에 쑤셔넣고 겉으로 보이는 먼지를 닦아내니 그냥 이렇게만도 넓어보이고 참 좋네...-_-;
하지만 역시 비운 것 하나 없이 감추기만 했으니... 옷장을 열때마다 갑갑증에 언제시작하지? 한숨이 절로 났다.
고민만 해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해야지.
그래서 어디부터 시작할까 하다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작은방 책상부터 비우기로 했다.
Before
1. 책상
가로 160cm x 세로 60cm 두닷 책상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러 어질러 놓은게 아니라 이게 리얼이다. -_-평상시...
2. 첫번째 서랍
집에 형님 오신대서 급하게 책상위에 쌓여있던 영수증들이랑 우편물들 쓸어넣어놨더니 이런 모습...;
이케아 국민서랍을 책상서랍으로 사용중이다. 싱글일 때 사용하던 것을 가져온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슬라이딩이 부드럽고 깊이가 다양한 것으로 살 걸 그랬다 싶어... 크게 불편한 건 아닌데 서랍이 가로로 좁고 얕아서 수납이 많이 되지 않는다.
먼저 책상위에 읽다만 책이랑 다 읽은 책, 북스탠드 등은 책장으로 옮기고
첫번째 서랍에 든 것들을 모두 꺼내 종류별로 분류하고 남기기로 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과 임시보관할 물건을 추렸다.
3. 연필꽂이 4개
내 책상위에 있던 연필꽂이 2개와 푸근씨 책상 위에 있던 연필꽂이 2개를 합치기로 했다.
책상이 가까이 붙어있고, 내가 보기에 푸근씨는 펜을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고 있어도 내게 펜을 갖다달라고 하는 편이라 이렇게 따로 4개나 둘 이유가 없어보였다. 게다가 푸근씨는 정말 오래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고, 여기저기 길거리에서 홍보용으로 받은 펜들이 대부분이라.. 마음같아서는 상호적혀있는 펜들 모조리 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또... 잘 나오는 펜을 버릴 수는 없어서 안나오는 펜 위주로 버리기로 했다.
<버린 물건들>
첫번째 서랍과 책상 ① 각종 영수증과 공과금 고지서들
개인정보때문에 파쇄해서 버릴 것(왼쪽)과 그냥 버려도 되는 종이류(오른쪽)로 분류한 후 버렸다.
첫번째 서랍 ② 건강보험증 4개 (파쇄)
한번도 분실해서 재발급 받은 적은 없었는데, 혼인신고 했더니 새로 나오고, 푸근씨가 회사 옮길때마다 새로 나오고 미취업중일때도 다시 나오고 해서 많아진 것. 이제 보험증 없어도 대부분 주민번호로 진료가 가능한데 간혹 건강보험증 사본 필요할 때가 있어서 가장 최근 것은 남기고 4개는 파쇄했다.
첫번째 서랍 ③ 다 쓴 통장 + 오랫동안 거래안한 통장 13개
수동파쇄기 사용하고 있는데 한번에 두장까지만 가능해서 일일이 뜯어서 파쇄-_-
첫번째 서랍 ④ 통장비닐 4개, 여권비닐커버 1개, 보안카드 2장, 멤버쉽카드 2장, 현금인출카드 1장
새통장 발급할 때마다 통장비닐을 가져왔었는데, 오늘 통장정리집 찾아서 정리했더니 비닐이 남아돈다; 그래도 휴대할 때 쓰려고 깨끗한 몇장은 남겼다. 여권비닐커버는 처음 발급받았을 때 시에서 준 것인데 지금은 신혼여행갈 때 여행사에서 받은 걸로 교체해놓은 터라 쓸모가 없는데도 보관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거래 안한 은행 보안카드와 현금인출카드, 더이상 쓰지 않는 멤버쉽 카드는 잘라버리고 남은 카드들은 카드집 찾아 보관했더니 서랍안이 단정해졌다.
첫번째 서랍 ⑤ 이어폰 3개
분홍색 이어폰은 귀에 꽂는 부분이 부서져서, 검정색 이어폰은 소리가 작아 불편. 민트색 이어폰은 최근에 바꾼 휴대폰과 맞지 않아서.
첫번째 서랍과 책상 ⑥ 썬크림 1개, 나무도장 1개, 카메라 mcuv 필터 케이스 1개, 액정필름 붙일때 쓰는 플라스틱 밀대 1개
썬크림은 몇년 전 생일 때 아가씨에게 선물받은 건데 아끼다가 별로 쓰지도 못하고 유통기한 한참 지난 걸 여태 가지고 있었다. 얼마전 발라보니 하얀가루가 일어나서 못쓰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책상위에 놓아두고 있었다; 나무도장은 내생애 첫도장이지만 이제는 쓸일이 없어져서 버리기로 했다. 도장 같은 건 그냥 버리기 좀 찜찜한 생각이 들어서 이번 주말에 엄마집 내려가면 마당 아궁이에서 태워버릴까 생각중. mcuv필터는 카메라 렌즈에 몇년째 계속 장착중이라 케이스가 필요 없다고 느껴져서 버리기로 했다. 플라스틱밀대는 다른 물건으로 대체가능할 것 같아서 버렸다.
첫번째 서랍 ⑦ 추억의 물건, 내 결혼식 청첩장 2장,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며 몇년동안 가지고 있었던 새카드 6장
기념으로 결혼식 청첩장 두장을 남겨놓았었는데 4년째 펼쳐 본 일이 없어서 사진으로 남겨놓고 버렸다.
새카드들 중에는 싱글일 때 예뻐서 산 크리스마스카드 1장 빼고는 선물받거나 다이어리 구입하고 덤으로 딸려온 카드들이 대부분. 그리고 요즘은 문자나 말로 하니까 카드 쓸일이 없었다. 문득 버리기 전에 푸근씨에게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낯간지러워서~; 그리고 만약 정말 쓸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구입해서 쓰고 싶다.
첫번째 서랍 ⑧ 추억의 물건, 대학다닐때 참 열심히도 찍었던 스티커 사진들
처음엔 저 수첩 한가득 다 채울줄 알았으나 몇장 채우지 못했고 스티커사진이라 바래기도 많이 바랬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겨놓고 버렸다.(수첩은 여분이 많아 남겼다)
첫번째 서랍 ⑨ 추억의 물건, 친구가 내 결혼식에 못 온다며 선물이랑 함께 준 축하카드
그녀가 준 커플컵과 돼지커플저금통은 자주 사용중이라 그것들을 볼 때마다 그 친구의 마음을 떠올리므로 있는지도 몰랐던 카드는 버렸다.(파쇄)
유리책장 ⑩ 보험사에서 받은 행운의 2달러 액자
결혼 후 연금보험 가입하고 받았던 행운의 2달러 액자, 처음 왔을 땐 거실장 위에 올려놨다가 책상위에도 있었었고 지금은 유리책장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사실 딱히 일부러 들여다보거나 하지 않고 유리책장 안도 빽빽한 터라 이 액자 빼버리고 책상위에 놓여있던 자주 안쓰는 카메라 넣었다. 2달러 지폐는 지갑에 넣어두고 액자는 분리해서 재활용으로~
내 책상과 푸근씨 책상 ⑫ 안나오는 펜 32개, 녹슨 칼 3개, 푸근씨가 과자사고 받은 듯한 플라스틱 책갈피 4개, 샤프심통 1개
그러고보니 추려진 것들 대부분이 푸근씨가 가지고 있던 것들
<임시 보관>
ⓐ 연필꽂이 4개
책상위에 아무것도 올려두고 싶지 않아 연필꽂이를 아예 없앨 생각이라 펜들을 일단 서랍안에 모두 넣어놨는데
막상 연필꽂이가 없으면 불편할까? 싶어 버리지는 못하겠다. 일단 보관~
ⓑ 휴대폰거치대, 모니터 닦는 강아지 인형(추억의 물건)
휴대폰 거치대는 다이소에서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없을 땐 그리 갖고 싶더니만 막상 구입하고보니 잘 써지지가 않고 책상위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_-; 버리기에 너무 멀쩡하니 필요한 사람 있으면 주고 싶은데 근처에 친구도 없고~ 일단 임시보관함으로.
모니터 닦는 강아지 인형은 배쪽이 극세사 재질로 되어 있어 오래전 CRT모니터를 사용하던 시절에 구입해 지금까지 항상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건데... LCD로 바꾸고서는 통 모니터 닦을 일이 없었다. 게다가 이녀석 코를 아리가 물어뜯어서 나름 추억도 가지고 있는 녀석이라 더더욱 버리기가 안쓰러운... 게다가 나는 눈코입 붙은 건 잘 못 버리는 성격이라... 많이많이 망설여진다. 그래서 임시보관함으로.
⑪ 액자
나의 첫 반려견 아리사진을 꽂았던 액자. 2008년 아리가 떠난 슬픔에 액자를 만들어 항상 책상위에 올려뒀었는데 점점 햇볕에 사진이 계속 바래지고 있어서 앨범 속으로 옮겼다. 액자상태가 버리기엔 너무 멀쩡한데 그렇다고 액자에 다른 사진을 꽂아 장식해두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일단 임시보관함으로~ (청소가 편하도록 되도록 장식품은 놓지 않을 생각)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
After
짜~잔!
심플해진 책상
나의 바람은 책상위에 딱 모니터 2대와 키보드, 마우스만 있는 것이지만 일정 기록하는 탁상달력은 포기할 수 없어서 책상위로 옮겼다.
처음엔 연필꽂이 때문에 탁상달력 놓을 위치가 마땅찮아 사진에는 안보이는 곳에 뒀었는데 이제 시선을 많이 옮기지 않고도 달력을 볼 수 있어 마음에 든다.
모니터와 책상 주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도 다 제거하거나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
첫번째 서랍
나름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빽빽한 느낌이다. 나의 바람은 지갑, 휴대용수첩, 필통, 동전지갑 등 외출시에 가지고 나갈 물건들만 넣어두는 것. 아직 다른 서랍들 정리를 하지 않아서 통장 및 카드, 작업에 쓰이는 수첩 및 메모지 등등이 차지하고 있는데 내일부터 서랍을 하나씩 정리해가야겠다.
오늘 정리한 책상 외에 나머지 주변은 엉망... 꾸준히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서 깔끔해진 방사진을 공개하고 싶다.>_<
+
수건과 행주, 베개커버 삶아야지 하고 미뤄둔 지 몇 주. 이제 수건이 바닥나서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처리했다.
삶을 빨래양이 많아 번갈아 몇시간동안이나 삶았다. 당분간 빨래 삶을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한꺼번에 모았다가 해야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삶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빨래건조대에 널린 하얀 빨래를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다.
+
심플라이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로 하면서 생활비도 줄이고 복잡한 냉장고도 정리할 겸 냉파(냉장고파먹기)를 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리를 하다가 테이블위에 세워져있던 무거운 거울이 떨어져서 발등을 찍었다. 다행이 거울이 깨지지 않았고 거울과 함께 떨어진 화분도 깨지지 않았고 발등 뼈도 이상없고 다만 양쪽 발등에 멍이 들었는데 너무 놀라고 아파서 그 와중에도 사건현장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푸근씨에게 전송하였더니, 곧바로 전화와서는 저녁에 뭐 먹고 싶냐고... ㅎ; 그래서 피자와 크림스파게티와 스테이크를 먹었다... -_-;;
양심에는 좀 찔렸지만 맛은 좋았다........... 냉파는 다음에.
+
이번주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 김천에 내려갈 예정인데, 평소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이라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단 생각에 고민이 되었다. 따로 출근을 하지 않으니 격식 차려야하는 장소에 가야할때마다 고민하는 것 같다. 그나마 가을에 결혼을 해서 정장류는 여러가지인데.. 아직은 쌀쌀한 날씨! 하지만 <EBS 물건다이어트> 영상을 보게 되면서 333프로젝트를 접하고 (아직 옷장 정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있는 옷들 중에 골라서 입기로 했다. 그랬더니 차라리 쇼핑하러 언제가지? 얼마나 써야하지? 어떤 옷을 사야할까? 같은 고민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