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늘,

일기가 나에게 주는 것들 231010화

그냥 쑨 2023. 10. 11. 11:38

아직 그날그날 바로 공개하진 못한다.
글에 대한 자기 검열을 중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일기이고 자기 검열도 심하다면 그냥 노트에 쓰면 될 테지만
그건 또 기분이 다르다.
나 혼자만 보는 일기로는 위로가 안된다.
조회수가 0이더라도 누구든 언젠가든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위로고 일기를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다.
긴 세월 자발적 집순이로도 잘 살 수 있었던 건 이렇게 공개일기를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키보드로 두드리는 일기는 손글씨보다 수정이 편하고 잊기 전에 생각을 빠르게 기록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인터넷만 되면 검색이 용이해 옛날옛날 기록도 찾을 수 있어서 좋다.
(티스토리 이전의 계정은 비공개되어있긴 하지만 2001년것부터 있다.)
최근 동네에 국숫집이 오픈했는데, 신혼시절 부산에서 먹었던 1500원짜리 그 국숫집과 이름이 같아서 찾아봤었다.
내 기억에는 어묵국물이었는데 그는 멸칫국수였대고 누구 기억이 맞나 했더니, 시킨 건 멸치국수인데 국물에서 어묵맛이 났다는 기록이 있었다. ㅎ
그저께 민속촌에 갔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연애시절 다녀온 그날은 굉장히 썰렁하고 추워서 구두 안에 핫팩을 넣었던 것 같은데 4월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때는 손글씨 쓰는 맛을 잊어버린 것 같아 손 일기를 쓰기도 했었는데 검색기능이 없다 보니 불편하고 날림체라 다시 읽어보는 일도 없어서
손글씨를 쓰고 싶은 욕구는 '필사하며 책 읽기'로 해소중이다.

육아를 뺀 그냥 내 얘기만 쓰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육아 말고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다고 느끼던 시간들은 좀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육아에서 좀 벗어나 있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었다.
막상 분리해버리고 나니 너무 좋다.
요즘 좀 많이 설레고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다! 해야 할 것 말고 말이다.
그동안은 육아 주제로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블로그를 관리하지 않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아이의 기록을 미루고 있는 그것 또한 엄마노릇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 같은 기분이 들었달까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은데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불만이었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얘기만 주구장창 임시저장하고 있는 현실이 불만이었는데
일기는 굳이 마무리를 잘 지을 필요가 없으니 글쓰기를 못했다는 기분이 덜해서 좋은 것 같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니까
다른 플랫폼에서도 글 쓰는 부담이 좀 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