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젠가는, 엄마아빠

자궁내막 폴립(용종)제거 수술 후기

by 그냥 쑨 2014. 5. 9.

5월 9일(금) 1시 반 수술예약.

 

아침 8시 싸이토텍(유도분만) 2알 질정으로 사용.

자정부터 금식

 

1시까지 병원에 오래서 20분전에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1시반이 지나서야 앞 수술이 늦어져서 수술방이 없다며 30분~1시간 정도 더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빨리 수술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데 미뤄지니 더 긴장됐다.

2시쯤 드디어 회복실에서 수술가운과 수술모자 쓰고 침대에 누워 링겔 맞으며 대기했다.

 

대기하면서 간호사가 몇가지 물어왔는데,

알레르기가 있는지, 수술한 적이 있는지, 흔들리는 치아는 없는지, 몸무게는 몇kg인지? 같은 거였고

알레르기, 수술경험, 흔들리는 치아 모두 없다고 말하고 몸무게는 재어본지 한참 되서 대충 말했는데,

부분마취하고 수술했던 것들도 다 말해야했던 걸까? 간호사가 돌아가고 나니, 꽃가루 알레르기 있다고 말할걸 그랬나?

니켈 알레르기 있는것도 말해야하는 거였나? 흔들리지는 않지만 아픈 치아는 있는데, 대체 흔들리는 치아는 왜 물어보는 걸까? 수술에 영향이 있는 걸까? 몸무게가 정확하지 않은데 더 높여 말할 걸 그랬나? 체중에 따라 마취약 쓰는거 아닌가? 수술하다가 깨면 어쩌지?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여기저기서 규칙적으로 삑삑 거리는 기계음이 들리고,

아프다는 환자의 목소리도 들리고, 옆 커튼 너머 침대에는 제왕절개를 하려고 대기중인 산모와 마취과쌤의 대화에 '나는 꼭 자연분만하려고 노력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커튼이 쳐진 침대에 누운 나는 잠을 잘 수도 그렇다고 천정만 보고 있기도 불안한 마음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내 담당 쌤이 오셔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위로해주셨다.

 

 

그렇게 회복실에서 한참을 대기한 후 겨우 수술방이 생겨서 수술실에 들어갔다.

걸어서 수술방 침대에 누웠다.

수술가운을 허리까지 올리고 굴욕침대에 다리를 벌리고 양 팔은 좌우로 나란히 한 자세로 뉘였다.-_-

왼쪽 손가락에는 맥박기계가 연결되고 오른쪽 팔에는 혈압계가 채워졌다.

마스크로 무장된 네다섯명 정도의 의료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척이나 밝은 조명 아래에 그런 자세로 누워있는 내가 뻘쭘하여 민망한 웃음을 흘렸더니, 담당쌤이 간단한 수술인데 수술실이란 곳이 원래 좀 오바스러워요.라며 긴장을 풀어주셨다.

 

마취과 선생님이 마취 시작한다며, 링겔선으로 몇가지 약물이 투여되고 있다는 말과

얼굴에 드디어 마스크가 씌워지더니, 눈 몇번 껌뻑껌뻑 했던 것만 기억나고 그 후론 기억이 없다.

 

 

 

 

 

눈을 떳을 때는 회복실 천정이 보였다.

수술전엔 5번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이번엔 10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신랑 생각에 빨리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들면서 정신이 어질어질 했다.

 

걸어서 들어갔는데 어떻게 회복실 침대에 나를 옮겼을까?

수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으니 수술실에서 내가 실수를 한 건 없는지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의식을 찾으면서 손가락에 끼워졌던 맥박기계가 빠졌는지 기계음이 불규칙했다.

간호사가 다가와서 확인해주었고 진통제가 필요하지는 않는지 물어왔다.

당장은 정신이 몽롱해서 아프다는 느낌이 없었으므로 괜찮다고 했지만,

간호사가 곁을 떠나자마자 생리통과 같은 통증이 서서히 몰려왔다.

참아보려고 했으나 도저히 못 참겠어서 진통제를 좀 달라고 요청했다.

 

아픔정도가 0~10 중에 어느정도냐는데, 가늠이 안되서 5는 넘는 것 같다고 했다.

간호사가 진통제를 가지러 간 사이에 넉넉히 8정도 된다고 할걸 그랬나?

5정도 약한 진통제 넣어줘서 계속 아프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통제가 투여되자 다행히 서서히 통증은 가라앉았고 수술실을 나올때쯤엔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커튼 너머 옆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 간호사에게 시간을 물으니 4시반이란다.

헐... 내가 2시쯤에 남편과 헤어졌으니 4시반이라면 2시간반이나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마음이 급했지만, 어지러웠고 간호사들도 계속 좀 더 누워있으라고 해서 누워서 껌벅껌벅 정신을 차려보려 애를 썼다.

 

 

회복실에서 나왔더니 신랑이 문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이면 나올 줄 알았는데 1시간 반이 지나도록 나오질 않아서 무슨일이 생긴건지,

장모님에게 연락을 드려야하는 건가 걱정을 하고 있었단다.

 

실제 수술은 15분~20분정도가 걸리는 간단한 수술이었는데,

수술 대기하고 회복하는데에 시간이 더 걸려서 3시간정도 소요된 것 같다.

 

수술이 끝난 직후 내 담당쌤이 신랑에게 생각보다 폴립이 많았고 아마 그것이 난임의 원인이 되지 않았겠냐는 말씀을 하시더란다.

떼어낸 폴립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는 다음주 금요일에 나온다고 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엉덩이가 아프다.

입술 안쪽에도 혹(?)이 생겼다. 아마 마취중에 내가 살점을 꽉 물고 있었나보다...

 

 

----------------------------------

수술비 157,100원

항생제 및 진통제(3일치) 2,91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