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 생일의 기록
그날은 푸근씨가 필리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작업도 없어서 하루종일 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보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행,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
전날저녁 어머님이 미역국을 끓여놓을테니 아침 먹으러 오라고 전화주셨었지만,
이미 전주 토요일에 전복이랑 낙지를 넣고 백숙을 끓여주셔서 미리 생일만찬을 즐겼었기 때문에
또 수고를 하시게끔 하고 싶지 않았다. 또 나도 생일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지도, 설거지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내가 직접 끓여서 먹는 건 왠지 귀찮아서 그날은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
저녁에 푸근씨가 돌아오면 생크림 케익을 사달래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저녁 6시쯤 그가 돌아왔다. 케익사달라고 말도 안했는데 이미 그의 손에 들린 케이크에 기분 UP! +_+
하지만 그는 출장에서 돌아온 인사 겸 어머님댁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했기 때문에
(나도 같이 가야 할 것 같았지만 생일날 설거지를 하고 싶지 않았다.-_-; 결혼식 끝나던 날 시댁에 가서 설거지를 했었는데 그게 아직도 한이 되어서 생일날 또 시댁에 가서 설거지하면 왠지 한이 두배가 될 것 같았다.)
일한다는 핑계로 푸근씨만 보냈다. 그렇게 보내고 나니 정말 일이 들어와서 일을 해야했다;
두어시간 후, 푸근씨가 돌아왔다.
배가 많이 고파서 오자마자 케익상자를 열었는데, 케익이... 케익이 블루베리치즈케이크였다!...
갑자기 서러움 폭팔ㅜ.ㅜ
나 블루베리 안좋아하는거 몰라? (생과일이나 냉동블루베리 우유랑 갈아마시는 것만 좋아함)
어뜨케 블루베리를 사올 수가 있엉?!
그 흔하디 흔한 생크림케익 사오면 안되는 거였어? 내가 블루베리 싫어하는거 알면서.
게다가 그는 꼭 내 생일때마다 초를 한개씩 빼고 가져오는데 나는 그게 정말 너무너무 싫다.
나는 내 생일만큼의 초가 꼽힌 케익을 받고 싶단 말이다!!! 연애때부터 초가 모자란 게 싫다는 내색을 했는데도 눈치꽝!
블루베리케익인 것도 못마땅한데, 생일초까지 모자란 케익을 앞에 두니 너무 속상했다.
하지만 내색하믄 그가 생각해서 사왔는데 기분 나쁠까봐 가만히 케익을 몇번 떠먹는데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해서 안방에 들어가버렸다.
내가 혼자 오래도록 방안에 있는 것이 이상했는지 방으로 들어온 그가 내 눈물을 보고서
생크림 케익을 사러 가자느니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했지만 이미 나는 많이 서러운 상태.
그냥 배고픔을 안고 잠들어버렸다.
ps. 필리핀에서 사온 거라고는 말린 망고뿐이었다. -_-
몇주가 지났지만 그날을 생각하니 다시 서러움이 울컥.
그래도 그로부터 2주뒤쯤 푸근씨가 퇴근길에 전화를 했길래 생크림케익 먹고 싶다고 말했더니,
내 나이만큼 초가 꼽힌 생크림케익을 사왔었다.
케익의 비주얼이 내가 상상한 과일이 듬뿍 올려진 케익이 아니어서 또 살짝 실망했으나 그래도 맛있었다.
내년엔 케익사러갈 때 같이 가자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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