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씨가 6시 40분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우리는 보통 7시 20분에 일어난다.
(알람을 왜 그때 맞춰놓는건지 잠만 설치게... 바꾸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화장실에 가거나 tv를 보며 정신을 깨우고
아침준비가 끝나면 한번 더 화장실에 들르거나 바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보통 함께 먹는데, 밥이나 국이 모자라거나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때라면
오늘처럼 그에게만 밥을 주고 다 먹을때까지 식탁에 함께 앉아있는다.
(때로는 전날 늦게 먹은 음식으로 속이 부대끼면 식사를 거르는 일도 있고,
내가 힘들까봐 푸근씨가 그냥 안먹고 가겠다고 하고선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사먹고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그가 씻으러 들어가면, 나는 속옷과 양말, 입을 옷을 챙겨놓고 크림과 (오늘같이 머리를 감은 날은) 드라이기를 준비해놓는다.
그가 씻고 나와서 옷을 입는 동안 얼굴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팔, 허벅지, 종아리에 고보습 크림을 발라준다.
그가 양말을 신는 동안 급하게 머리를 말려준다.
머리를 말릴때면 내 손과 마음은 무척 급해지는데, 이 때쯤이면 꼭 출근시간이 지났거나 직전이어서
머리말리기쯤은 그냥 생략하려고 하는 그를 말로 잘 구슬려 앉혀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말리는데 3분 정도면 되는데 그 시간을 꽉 채워서 앉아있지를 못한다.
머리말리기가 끝나면 현관으로 나가면서 외투를 들어 입기 편하도록 해주거나, 가방 메는 걸 도와주고
휴대폰은 챙겼는지 확인한다.(휴대폰이 두대라 한대를 놓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현관에서 굿바이 뽀뽀를 하고 그는 늘 허겁지겁 나가고 나는 "조심해~"하고 인사한다.
시간은 7시 40분에서 50분사이가 된다.
그가 떠나고 돌아본 거실과 부엌은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가 어질러놓았다기보다는
평일에 내가 조금씩(티 날정도로 심하지는 않게) 어질러놓은 상태였던 것이
주말을 함께 어지르면서 절정을 맞아 그대로 월요일이 되버리는 것이다.
그런 절정의 상태가 그가 출근해버린 후에야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장 청소할 맘이 없다.
정리를 하긴 해야하는데 활동하는 주말을 보낸터라, 월요일 아침은 아직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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