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4일
드디어 START!
난임검사라는 것이 생리주기에 따라 검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며칠전부터 계속 고민이 됐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달로 미뤄야 하기 때문에 박서방 말대로 한달을 더 미룰 것인지,
마음을 먹었을때 그냥 해버릴 것인지... 검사비용이 부담되지만, 무엇보다 검사가 아프다고 해서 더욱 꺼려졌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는데, 마음먹었을 때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또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벼루고 벼루던 일을 하고 왔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산전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초음파랑 피검사와 자궁암검사도 하고 자궁경부암예방접종 3차까지 진행했었다.
그때 검사에서 별이상 소견은 없었고 풍진항체가 없는데 임신 바로 할거면 아기낳고 접종하래서 그러기로 했었다.
자궁암 검사에서 '잘 모르겠네?'정도의 이상함을 발견하긴 했었는데 바로 재검하고 정상으로 나왔었고
작년여름 검진때도 이상없다고 나왔었다.
따로 병원에 가서 배란일을 받아 온 적은 없지만,
주기가 규칙적인 편이고, 배란통이 있어 배란테스트기를 겸했기 때문에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임신이 되지 않았다.
남자쪽 검사와 달리 여자쪽은 검사에서 고통이 따른다고 들어서
박서방이 먼저 검사를 한 후에 문제가 없으면 내가 하려고 미루었었지만,
우리 박서방이 대답은 가겠다고 흔쾌히 잘도 말하면서 "나중에~ 나중에~" 하고 미룬지가 반년은 넘은 것 같다.
시어머님 재촉이야 결혼전부터 '선물로 해와도 된다'라고 하실 정도였고,
울엄마는 신혼 3개월차쯤 한약을 지어주셨었는데 두 질 먹으라는거 자연스레 아이가 생길줄 알고 내가 한 질만 먹고 말았었다.
이렇게 1년이 훌쩍 지나고 보니, 이제는 엄마도 걱정이 많이 되시는지 자주 전화하신다.
울 할머니야 뵐때마다 울시어머님보다 더 애기 타령이시공.
지난 주말에 답답한 마음에 신랑이랑 사주카페에 가서 자식운을 보고 왔는데,
우리 둘다 자식운이 약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예전에 봤던 사주에서도 딸 하나만 낳는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딸 하나라는데 '어렵게 또는 힘들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내가 자식운이 있는 해에는 박서방이 자식운이 없고 박서방이 자식운 있는 해에는 내가 없는 그런 상황이라며
우리 궁합이 썩 좋은 궁합도 아니라는 말까지 가득 듣고 온 터였다.
거기다 사주로 봐서는 박서방보다 내가 좀 더 자식운이 약하다고 해서 더 찝찝함에 검사를 하루 빨리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친구의 추천으로 일반 산부인과가 아닌, 난임(불임)클리닉으로 바로 알아보고
집 근처 비싸다고 소문났지만 좋다는 큰 병원으로 결정하고 오늘 가서 피를 세 통이나 뽑고 왔다.
불임검사 첫번째가 피검사(호르몬검사)고 두번째가 나팔관조영술인데
문제는 나팔관조영술이 무척 아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이 많다.ㅜ.ㅜ 예약은 담주 목요일.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오빤 아기를 많이 기다리고 있어?" 라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단다. 사실 우리는 아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둘이 있어도 즐겁고, 주변사람들의 아기는 예쁘고 귀엽기는 한데 다들 키우는 거 너무 힘들다는 소리뿐이지.
아기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부들을 볼때면 그냥 우리는 자유롭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편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박서방은 당장 아기가 생기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며, 결혼할 때처럼 어깨에 짐(부담)이 올려지는 기분일 것 같단다.
그래도 막상 생기면 기뻐는 하겠지만 기쁨보다는 걱정을 더 많이 할 것 같아 그게 나는 걱정이다.
어쨌든 한달만 뒤에 검사하자던 박서방의 의견을 무시하고, 말도 없이 나는 오늘 시작해버렸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빨리 검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내가 정상이라면 이젠 정말 박서방도 검사를 미루지 못할 테니 뭔가 적극적인 진도가 나가겠지?
둘다 정상이면 몇달은 더 자연임신을 노력할테고, 문제가 있다면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진행을 바로 해야겠지.
박서방을 만나기전엔 '과연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하긴 할까? 어떤 맘이어야 결혼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지만
운명처럼 박서방을 만났고 이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다.
아직은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사실 와닿지가 않는다.
아이들을 썩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더욱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예쁘고 귀엽고, 우리에게 아이가 있으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곤 한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온 이 곳에서의 외로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있으면 덜 외로울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우리가 아주 간절히 아기를 원하지를 않아서 아기가 아직 와주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마음이 들때 결혼을 하는지 궁금했던 것처럼, 어떤 마음일때 아기가 와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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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및 피(호르몬)검사비 120,600원
나팔관 조영술을 위한 처방전 2,400원
: 검사 2일 전부터 5일간 항생제를 복용해야함 (영풍독시사이클린정100mg 5일분)
: 검사 당일 아침에 질정(지노베타딘질좌제)을 삽입 후 병원에 내원
: 검사 전 진통제(폰탈캅셀 2알) 먹을 것
피검사는 결혼전 산전검사에서 풍진항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니까
중복되는 항목은 빼고 임신과 관련된 부분만 검사하겠다고 하셨다.
결과는 1주일 뒤 나팔관조영술 할 때 알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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