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내조의 여왕이 될 줄 알았어"
어젯밤 푸근씨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빵~터졌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왜? 잘하고 있잖아"
집구석이 말이 아니다.
도깨비 나올 것 같다.
그나마 미루지 않고 하는 일이 빨래인데,
걷고 개는 건 또 싫어해서(너는 것도 싫은데 어쩔수 없이 한다) 미루고 미루다가 갠다.
개놓고는 또 일일이 자기 자리에 넣는 게 귀찮아 가끔은 개어진 빨래가 거실 한쪽편에 이틀이고 삼일이고 머무를때도 있다.
설거지는 여전히 미루고 미루다가 이틀에 한번 할 때도 있고
청소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하다가 다시 이주에 두번할랑 말랑
친정에서 가져온 빈화분 분갈이 해야하는데 3주가 다 되어가고,
커튼도 바꿔달아야하는데, 하는데 하는데 라면서 미루고 있고,
책상정리도 정말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할지 모르겠다.
폐기할 영수증함은 차고 넘치는데 파쇄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럴거면 왜 모아놓고 있었담.
안락한 집을 만들고 싶은데, 집안꼴을 보면 될 일도 안될 것 같은...
이렇게는 싫은데, 이렇게 사는 건 싫은데, 잘 정리하고 부지런해지고 싶은데
그저 생각뿐이다.
나는 정말 부지런할 줄 알았다. 재미나게 살림 잘 할 줄 알았고 남편 아침도 잘 챙겨줄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이 밥 안먹고 간다고 하면 "정말? 그래도 먹고 가야지"라고 말은 하면서 내심 좋고
저녁도 운동 간다고 하면 선식만 타주면 되니 편하다.-_-
휑했던 안방이 어느새 잡동사니로 채워져버린 것 같아 요즘은 안방을 어떻게 다시 단촐하게 정리를 할까 생각에 빠져있는데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그대로다...
식탁 위도 제발 아무것도 올리지 말자라면서 치워도 치워도 자질구레한 살림살이들이 갈 곳이 없다.
주방살림은 정말이지 거의 사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늘은 꼭 집안정리를 하고 말거야 라면서도 몸은 다 귀찮고 잠을 자는게 제일 좋다.
나태함, 게으름, 슬럼프, 무기력함
이런 말들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나는 늘 게을렀고 무기력했던 것 같다.
가끔 마음에 바람이 불면 이삼일 활활 타오르기도 하지만
잠시 쉬기라도 하면 그대로 사그라져 꺼지고 마는 것이다.
나의 의욕은 그저 작심삼일도 아닌 이틀짜리도 안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