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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

살림의 날 231006금

by 그냥 쑨 2023. 10. 8.

엄마의 입원기간이 6주나 된다고 한다 어후
면회도 하루 한 번밖에 안 되는 간호간병통합병동에서 얼마나 지루할까
정년퇴직을 3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아쉽기만 하고
회복이 더디다는 주변의 후기에 남은 기간 복직하실 수 있으실지 모르겠다.


수요일부터 갑자기 바람(?)이 불어 저녁메뉴를  구상하고 필요한 재료준비를 미리미리 해두기 시작했다.
그러자 매저녁마다 뭘 먹을까 궁리하다 결국 포장, 배달이기 일쑤였는데 제대로 집밥을 해 먹는 모양새다.
아 이렇게 해봐야겠다 생각한 건
볶음밥으로 아침을 차렸던 주말아침, 그가
이러다 영양실조 걸리겠다 고 한 말이 계기였을까?
집에 거의 (도서관에 가거나 교육이 있거나 하지 않고서야) 종일 있으면서도 늘 저녁밥상이 부실한 죄책감이 있던 차였고 어느 프리랜서 워킹맘의 하루를 보게 되었는데 오후에 업무를 시작하는 그녀는 오전일과 중에 장을 봐서 저녁에 분주하지 않게 미리 해놓을 수 있는 건 해두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도록 재료준비까지 해두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오전에 장을 보다니? 그런 루틴은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녀의 모습과 종일 나하고 싶은 일에만 빠져 지내며(주로 가만히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일) 종종 나태하게 퍼질러 있기까지 한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반성도 하고 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 본 지 오늘이 3일째였다.
첫날은 주로 계란비빔밥, 참치비빔밥 같은 간단 식이 었던 아이의 저녁으로 메추리알장조림, 감자볶음, 크래미팽이버섯 전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쫑쫑 썬 김치와 돼지고기에 친정동네서 사온 메밀묵을 얹어 자작하게 끓인 태평추를 해 먹었고
아 나의 점심도 정성을 들여 어머님이 추석 때 직접 만든 도토리묵을 가지고 멸치육수에 김치 쫑쫑, 김가루와 양념간장을 넣은 묵밥을 만들어먹는 정성을 쏟았다.

이튿날은 친정아버지가 직접 거제도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갈치로 갈치조림을 만들었다. 첫 도전이었는데 맛있게 만들어져서 만족스러웠는데 푸근씨가 조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니 사실 나도 조림을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10년이 넘는 결혼생활 중 손에 꼽을 정도의 생선조림이건만! 감격하지 않아서 좀 실망이지만  싫어한다니 굳이 또 만들 필요는 없겠다. 나는 여태 내가 안 해줘서 못 먹는 줄 알았는데 결혼 11년 차의 깨달음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멸치보리새우볶음을  만들고 어제 만들어둔 메추리알장조림과 크래미팽이버섯 전을 차려줬다. 이게 다 소아과 5시 53분 예약을 대비해 병원 다녀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미리 다 만들어둔 거라는 점. 그것이 뿌듯한 점.

오늘은 추석 때 시댁서 받아온 la갈비를 구울 예정이라 된장찌개용 멸치육수를 끓여놓고 생마늘을 까서 편마늘과  쌈장을 만들어놓고 쌈채소와 된장찌개에 넣을 재료들도 장 봐서 씻어두었더니 저녁엔 된장찌개만 휘리릭 끓이면 되었다.
이러면서 내일 먹을 김밥재료까지 장 봐두고 당근도 미리 볶아두었다.

아 이게 글로 쓰니 간단한데 오전시간이 후딱 지났다. 사실 오늘은 가구 재배치등의 계획이 있었는데 욕실청소하고 도서관 책반납 오후에 1시간 외출하고 나니 아이의 하원.
집안일만 해서 아쉬울 수 있는 날이지만 그래도 계획하에 집밥이 진행되는 것이 보람 있는 것 같아 계속 유지해보고 싶다. 오전에 살림, 오후엔 나하고 싶은 거.

잘해보고 싶다
장보기 귀찮았는데 운동이라 생각하니 수월하다.








여기 올 땐 늘 함께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 만나러 나오니 기분이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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