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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엄마아빠

인공수정 2차 시술 결과

by 그냥 쑨 2014. 10. 16.

실패.

 

실패할 것 같았다. 너무 증상이 없었고

그저께부터 마법에 걸릴 것 같은 증상들도 나타났었고

오늘 아침에는 정말 마법에 걸린 것 같이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었다.

이번에도 안된 것 같긴 한데 부디, 피검전에만 마법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법에 걸린 상태로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는 건 상처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 일찍 피검사를 하고 돌아왔더니 1시간정도만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안되었다고. 안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결과를 들으니 멍한 기분이다.

1차때도 전화받고나서 덤덤했다가 뒤늦게 눈물바람했기 때문에 이 기분을 좀 유쾌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한가지 다행스럽고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오늘 날씨가 맑다는 것.

새벽에 비와 천둥번개가 쳐서 꼭 1차때 피검하러가던 길이 생각나서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우울할 뻔 했었는데,

날이 밝자 비도 뚝 그치고,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엔 햇볕쨍쨍해서 좋았다.

지금도 그늘지는 거실에 있으니 우울해질것만 같아, 일부러 볕 잘드는 창가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데

하늘에 구름한점 보이지 않고 살랑살랑 바람도 불어서 참 좋다. 이런 날은 야외로 놀러나가야하는데~ 함께 갈 친구가 없네.

 

내일 시술확인서 받아다가, 보건소에 가서 지원비 신청도 하고 3차 신청도 할 예정이다.

그리고 간호사 말이, 내 담당쌤이 출산휴가에 들어가셨단다. 헐...

어찌나 둔했던지 담당쌤이 임신중이시라는 걸 마지막 뵈었던 2차 시술날에서야 부른배를 보고 짐작했다.-_-;

알자마자 바로 출산휴가 들어가버리셨다는 말을 들으니 좀 당황스럽네.

내일 시술확인서도 다른 선생님께 받아야 한다며 새로 오신 선생님으로 예약해주었다.

새선생님께 적응해야하는 것이 걱정도 되고, 또 한편으론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

 

3차는 바로 진행할까 했었는데, 그냥 한달 쉬고 진행하기로 했다.

푸근씨가 항생제를 먹는 중이고 30일쯤 재검사를 받기로 한 터라, 검사결과를 보고 3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푸근씨가 먹는 약이 임신에는 지장을 주지 않고, 인공수정을 못할 상태도 아니라고 했었지만 1, 2차 두번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상태가 최상일 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벌써 정부지원 3번 중에 한번 밖에 남질 않았다.

이 한번이 지나고 나면, 어쩔수 없이 시험관을 진행하겠지만,

자궁내막술, 난자채취, 주사의 고통들이 두렵고 무서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3차는 건너뛰고 바로 시험관을 하는 것이 나을지, 내일 새롭게 만날 의사선생님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하는 문제는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가짐인 것만 같다.

나는 이렇게 적극적인 방법을 실천중이기는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가 막막하기만 하다.

 

결과를 기다리는 2주동안 성공하면 보다는, 실패하면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실패해도 괜찮다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시술 후 2주 동안 멀리 못 나갔던 것도 답답했는데 임신하면 더 조심해야할 것 같아 갑갑한 생각도 들었다.

 

이런 마음인데, 우리에게 베이비가 와줄까?

왔다가도 달아나지 않을까?

 

푸근씨와 내가 아빠, 엄마가 될 마음 준비가 아직도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과연 그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건지?

어떨때 엄마가 되고 싶었는지? 라고 친구들에게 물으면

그들은 다들 자연임신이 되어서 그런 생각일랑 가질 필요도 없었던 것 같았다.

나와 푸근씨도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겼다면 이런 마음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감사히 받아들였을텐데

양가집안의 성화에 못이겨 의학의 힘을 빌리고 있으니 우리는 과연 아빠, 엄마 될 자격이 있긴 한건지

자격이 없어서 아직 베이비가 와주지 않는 건 아닌지,

어떻게 하면 간절히 베이비를 바라게 되는 건지 궁금하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