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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 일본 큐슈

[일본가족여행]첫째날, 아소팜 빌리지

by 그냥 쑨 2014. 8. 20.

남장원을 나와, 1시간을 넘게 달리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멈췄다.
가이드가 이곳에서 '공짜 녹차'와 '이키나리당고'를 먹어보란다.

가이드 말을 참 잘 듣는 우리는 내리자마자, 이키나리당고 가게 앞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공짜 녹차 기계를 찾아 마셔보고, 고구마로 만들었다는 이키나리당고도 사먹어보았는데,
이키나리당고는 평소 먹던 감자떡? 같은 식감에 두번 손이 가는 맛은 아니었다.-_-

 

 

그리고 얼마를 더 달렸을까? 여독을 풀 첫번째 숙소인 아소팜빌리지에 도착했다.
날씨가 하루종일 흐리더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중턱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반팔과 반바지 차림이 살짝 서늘했다.

 

우리가족이 배정받은 방은 요렇게 모여있었다. 센스쟁이 가이드님.
왼쪽 179번방은 나와 푸근씨, 180번방은 부모님과 막내동생, 181번방은 큰동생과 올케가 사용했다.

내부는, 높은 침대가 아니고 매트리스 6개가 쫘악 펼쳐져 있는 6인실.
천정에 나 있는 작은 창으로 하늘도 보이는데 구름도 잔뜩 끼고 비도 살짝 내려서 볼 건 없었다.

가이드는 내일 아침 집합시간을 알려주고 총총총 사라졌다.

짐을 내려놓고 먼저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은 뷔폐식이었는데, 줄을 서지 말고 먹으라고 한글로 써져있는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줄을 서느라, 먹지도 않을 음식 앞에서 굳이 기다리고 있었다.
막내가 줄을 서지 않고 중간에 끼어들었더니 따가운 눈총을 보내더란다.

나는 줄서서 음식구경 하는 걸 포기하고,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샐러드와 과일, 밥과 장국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유카타로 갈아입고 가족들과 온천을 하러 갔다.
온천 건물 로비에서 남탕, 여탕 나뉘었는데,
락커룸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푸근씨가 쓸 수건까지 내가 가져와버린 것이다.

어쩌지? 수건이 없다는 걸 알면 다시 나오지 않을까?
엄마와 올케를 남겨두고, 로비로 나가 남탕을 바라보며 기다렸는데 나오지를 않으니 애가 탔다.
그때 여탕, 남탕 사이를 지키고 있던 여직원과 눈이 마주쳤고
다짜고짜 그 여직원에게 수건을 내밀며,

"my husband..."

라고 했더니, 직원이 메모지를 주며 "name"을 적으란다.
그래서 영어로 이름을 적고 발음을 알려주었더니,
함께 있던 아줌마?직원이 메모한 종이와 수건을 들고 당당히 남탕 커튼 사이로 들어가며

"○○○상~    ○○○상~" 하고 소리를 쳤다.

그리고는 안쪽에서 여러목소리가 들리더니, 곧 아줌마직원이 돌아오고 내게 귀엽게 손가락으로 ok표시를 하는 것이다.

"아~리~가~또~"

가이드가 일본어 말할때 콧소리 내야한다고 해도 잘 안됐었는데,
이번엔 의도하지 않아도 콧소리가 절로 났다.-_-;

 

나중에 푸근씨와 큰동생에게 들어보니,
아빠와 막내는 이미 탕안에 들어가있고, 푸근씨는 완전탈의, 큰동생은 절반탈의한 상태에서
갑자기 여자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단다.

푸근씨는 자기때문에 아줌마가 들어온줄도 모르고 있다가 큰동생이 얘기해줘서 알았다고.
수건이 없는 걸 깨닫고는 그냥 다 같이 나눠쓰면 되지 하고 쉽게 생각했었더란다.-_-;

괜히 전해줬나?ㅋ

 

 

 

부모님께도 일본 온천을 즐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 일부러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을 택했지만,
사실 2년전에 일본 온천의 맛을 본 우리부부가 온천에 더 기대가 컸다.

이번엔 2년전보다 더욱 좋은 온천에 온 것 같았다.
다양한 컨셉 탕들도 여럿이고 다음날 피부도 매끌매끌, 부들부들~

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또 온천땜에 일본가고 싶다.

 

온천욕을 마치고 가족들과 간단히 매점에서 음료를 사들고 오는데,
남녀구분없이 똑같은 유카타를 입은 우리모습이 꼭 정신병동 환자들 같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ㅎㅎ;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려니,
푸근씨가 장인, 장모님이 여행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것 같다며 식사도 잘 못하시는 것 같더라며 걱정을 한다.
이런 여행을 안해보시고 또래분들도 없으니 어색해서 표현도 잘 못해 그러신거라고 얘기를 해도 믿는둥 마는둥.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빠가 우리방으로 찾아와 하시는 말씀,
"오늘 아침 밥이 아주 맛있었어~ 고등어랑 된장국이랑 먹으니 아주 좋더라. 너희도 얼른 가서 먹어봐~"
어제보다 들뜬 모습이셨다.

 

그러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막내를 깨워 온천하러 가자고 하셨다는데
막내가 일어나질 않으니 혼자 온천을 하고 오셨단다.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욕탕에 혼자 다녀오시다니...온천이 많이 좋긴 하셨는가보다.
나중에 어떻게 혼자 온천을 하고 올 생각을 한거냐며 신기해서 여쭤보니,
아침에 일어나니 피부가 매끄리~해서 참 좋다는 걸 느끼셨다며
"막내가 일어나질 않아서 혼자 갔다왔지~"하신다.^^

그런데 온천쿠폰 대신 식권을 잘못 들고 가셨다는데, 직원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냥 들여보내준 모양이다.ㅎㅎ;

 

아침은 우리가족들도 일어나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고, 집합시간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랬더니 어느틈에 막내가 엄마아빠 사진을 여러장 찍어놨네~

 

 

우리도 일어나자마자 온천욕부터 하고, 짐을 꾸려 로비에 가져다 놓고 아침을 먹었다.


 

우리가 좀 늦었는지 어제 저녁과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롭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아소팜 빌리지 산책~

우리 푸근씨 앞만보고 가다가 여기서 꽈당 제대로 넘어져서 까졌다.-_-
아프다며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동영상을 찍었어야지!~"

ㅎㅎ 나도 사실 넘어진 모습이 너무 웃겨서 사진찍으려다가 참은건데;

 

 

 

집합시간이 되어 로비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이제 주차장으로 버스타러 가는 길~

어제 지나온 터널도 지나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이제 아소산 분화구를 보러 간다.

날씨에 따라 보기가 어렵다는데 오늘도 흐려서 걱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