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푸근씨는 10시반이 넘어서야 돌아왔다.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맛살과 200ml 소주, 꾸이꾸이가 든 검정색 비닐봉지를 든 모습이었다.(꾸이꾸이는 나먹으라고 샀단다)
저녁을 먹었다지만 차가운 맛살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군만두를 구워주고,
김치찌개를 데워놓는다는 핑계로 밥을 차려주었더니 뚝딱 해치운다.
오늘도 우리부부는 늦잠. 아침을 또 먹지않고 갔다..-_-
그래도 밤 11시 넘어 야식을 먹었으니, 배는 덜고프겠지?라며 죄책감을 조금 덜어본다.
그가 돌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머릿속에 통장의 흐름과 신규통장을 개설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으므로
혼자 방에 들어가 골똘히 생각 좀 하려니, 자기가 안보고 싶었냐는 둥 혼자 있으니 편했냐는 둥... 응석을 부린다.
하는 수 없이 출장동안 있었던 긴박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게 한바탕 웃고서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드디어 입출금 통장을 추가개설 하고 왔다. 밤사이 고민한 결과 1개만 개설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동네에 있는 은행은 늘 대기시간이 길어서 통장이월하러 갔다가 그냥 나온 것이 벌써 1년이 다되어가나보다...
그래서 미기장내역이 300건이 넘는 다며 은행원이 난감해한다. 잔액만 찍어달라니까 그래도 되겠냐며 반긴다.
통장이월은 했는데, 신규개설은 다른 데스크에서 하란다. 그래서 또 기다렸다.
내 옆에 아주머니는 그냥 해주더구만, 처리시간이 길어진다는 둥 뒤에 대기인원이 많다는 둥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다시 대기..
용돈통장을 만들러 간 거였는데, 아직 기존 통장을 용돈통장으로 사용할지 신규통장을 용돈통장으로 사용할지를 완전히 결정내리지 못하고 간 것이 문제였다. 결정장애가 있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었지만, 정말 정말 결정장애가 있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_-
결정장애에 따른 변덕까지 발동하여 직원분을 힘들게 하고 일처리속도에도 지장을 준 것 같다.
일어서면서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다음에는 꼼꼼하게 결정을 하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통장은 개설했는데, 아직도 고민이다.
푸근씨가 퇴근함과 동시에 저녁도 먹지 않고 5km를 넘게 걸었다.
그런데! 걷는 동안 그의 음식점 간판투어에 짜증이 스멀스멀...
체중조절하려고 운동하는데 휘황찬란한 먹자골목에는 왜 데려가는지?
가서는 이것도 먹고싶네 저것도 맛있겠네 나에게도 먹고 싶냐는 둥
먹자골목의 차도를 걸으면서 사고라도 날까, 번쩍번쩍 정신없는 간판들에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라 땅만 보고 걷고 있는데
옆에서는 계속 먹는 얘기만 지속해서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폭발해버렸다.
대체 운동한다면서 먹자골목에는 왜 데리고 온거야,
왜 이렇게 먹고 싶은건 많은거야,
그러게 밥 먹고 걷자고 했잖아,
이러면 집에가서 많이 먹게 될 거 아니야?
그랬더니, 먹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안되냔다...
그러면서 내일부터 혼자 걷겠단다. -_-
아... 정말 그의 식탐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의 옷을 사는 일이 내게 얼마나 스트레스고 고민인지 여러번 말해도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 마음에라도 담아두면 안되냐는 말에선 좀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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