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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엄마아빠

인공수정 3차, 시술 후 증상놀이 6~12일째

by 그냥 쑨 2016. 1. 12.

내 블로그의 유입키워드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공수정'

아마도 나처럼 시술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면서들 검색해보는 경우가 많은가보다.

 

부디 모두 원하는데로 예비엄마가 되시길.

이번달 실패해도 다음달에 성공하면 올해 진짜엄마가 될 수도 있으니 기운내봅시다.

 

 

나는 이번에 실패하면, 시험관을 곧바로 단기로 진행하고 싶은데 

의사쌤이 허락할지와 설연휴가 껴있어서 시술날짜와 겹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아무튼 인공수정 3차 시술 후 증상놀이....를 할래도 뭐 그렇다할 증상이 있어야 말이지.

새해가 되고 책상분위기를 바꿨더니 하루종일 책상앞에 있는 것이 좋아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포스팅도 하면서, 인공수정 시술 했던 것도 잊어버릴만큼 매일매일 뭔가에 열중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러니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예 증상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커뮤니티사이트에 들어가보지 않는 건 아니다.

컴퓨터 앞이 아니라면 계속 스마트폰으로 증상 검색 검색...

 

 

 

 

어쨌든 나의 경과를 기록해둔다.

 

 

6일째, 1월 6일(수)

오전에 배꼽 오른쪽이 쿡쿡 쑤심. 밥을 많이 먹었나? 가스가 찬건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애씀.

 

저녁에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내가 시술 전부터 시험관 할 결심했으니까,

인공수정은 가능성 희박하니 결과 기대하지 마시라 여러번 말씀드렸음에도 기대 안할 수는 없으시겠지.

나 조차도 기대안해야지 하면서도 무시하고 생활할 수가 없는 걸.

아무튼 증상이 있냐 물으시기에 없다니까 왜 없냐며 없으면 안좋은거 아니냐며 자꾸 물으셔서 푸근씨의 상태를 알려드림.

푸근씨 상태는 왜 그런거고 희망이 아예 없는 건지, 어떻게 해야 정자상태가 좋아지는 건지 걱정가득한 질문을 하심.

"푸근씨가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1,2차때보다 좋아진거니까 앞으로 더 좋아지겠죠.

 어차피 시험관은 제 난자 채취 갯수에 따라 상태 좋은 몇개만 필요할테니까 지금 상태로도 괜찮을거에요."라고 대답함.

난자니...정자니... 같은 단어를 1차때부터 설명드리며 말해왔음에도 처음으로 이런 단어들 시어머니랑 나누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난임의 이유를 푸근씨탓을 한데에 어머님도 기분이 상하셨을지 모르겠다.

 

 

 

7일째, 1월 7일(목)

기록없음.

 

 

 

8일째, 1월 8일(금)

인공 증상이라 할 순 없겠지만,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성탄절 전에 윗입술에 생긴 포진 딱지가 떨어진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건만, 아랫입술 옆에 또 포진이 생겨서 속상.

아시클로버를 발라도 될 지 검색해보다가 살짝 3회에 걸쳐 발랐음.

 

 

 

9일째, 1월 9일(토)

AM 00:30 금요일밤에 큰동생이 놀러와서 수다떨다가 자정 조금 지나 피곤해서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왼편으로 누웠는데 갑자기 아랫배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싸한 통증이 서서히 퍼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큰동생이 돌아간다기에 배웅하는 잠깐 동안도 아랫배가 싸하게 생리통 같이 아프고 두통이 있어서 서있기가 힘들었다.

원래 마법 걸리기 전날 두통이 있는데... 검색해보니 인공시술하고 예정보다 일찍 마법에 걸리기도 한다는...

선생님께 들은 바 시술하면 오히려 주기가 늦어질 수 있다셨는데 지금 느낌으론 딱 월경전증후군이다.

 

밤새 잠을 자면서 느껴지는 온몸이 보글보글한 느낌? 감각? 이건 정말 마법직전의 기분이다. >_<

그리고 토요일임에도 새벽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영락없는 마법직전의 패턴이다.

 

하루종일 배는 아팠다 안아팠다 했지만, 내입에선 습관처럼 "아이구 배야"라는 소리가 나오고 일어날때 배를 최대한 누르지 않으려고 뒷쪽 바닥을 손으로 짚고 일어남. 마법직전의 느낌이 가시지 않아서 타이레놀을 먹거나 핫팩을 붙여두고 싶은데 또 혹시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배에 수면양말 넣은채로 배에 압력이 가지 않도록 특별히 더 편한 차림을 하고 시댁에 갔다.

어제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피곤하면 오지 말라셨는데 지난주도 못간게 마음에 걸리고 또 요즘 어머님과의 관계가 묘해진 상황이라 기어이 가겠다라고 말씀드렸는데 하필 배가 아플게 뭐람. 괜히 간다그랬어라며 후회막심. 몸을 사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막상 가니 반겨주시기는 커녕, 빈손으로 왔다고 역정내셔서 기분 망했음.

과일을 사오라고는 안하셨지만, 사골도 해주시고 이것저것 얻어먹는게 많아 어머님 좋아하시는 과일을 사가려했었는데 푸근씨가 현금이 없다면서(나는 푸근씨만 믿고 지갑을 안가지고 갔음) 다음에 사가자고 했음. 왠지 기분에 꼭 사가야 할 것 같아 그럼 과일가게 말고 카드 되는 슈퍼라도 들르자고 말했는데도, 푸근씨가 귀찮아하며 슈퍼에 살만한 과일 없을테니 다음주에 사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간건데, 우리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너는 엄마 과일 사오면 안되니?" 라며 소리치심. 여기서 '너'는 푸근씨를 보고 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내가 모를 리 없음. 아마도 푸근씨 혼자서 왔다면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을거라 생각됨. 배통증이 있지만 나 딴엔 어머니랑 시간 보내려고 온건데 그눔의 과일때문에 기분만 나빠졌음... 설거지하고 있으니 푸근씨가 살짝 와서는 다음부터 내말을 잘 듣겠다면서 나를 김촉녀라고 부름.

 

그리고 또 증상이 있냐고... 아예 가능성이 없는거냐고... 물으심.

오늘부터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말씀드렸더니 배아프면 안좋은거 아니냐며...

증상이 없다고 하면 안좋은거 아니냐고, 증상이 있어서 말씀드리니 또 않좋은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니 다음에 시술할땐 걍 시댁에 말씀드리지 말까? 밥을 먹는데, 입덧 같은 증세 없냐며...;; "입덧은 임신 확인하고도 한달은 지나야하지 않을까요?"

관심을 보여주시는거 감사한데 딱히 임신징후가 없는데 증상을 자꾸 물으시니 마음이 불편했다. 요리하실때 보통 같이 서 있는데, 조심해야된다며 자꾸 앉으라고 해서 잠깐 식탁에 앉아있었음. 그렇다고 밥먹고 바로 보내주시는 것도 아니었음. 설거지할 거 다하고 오늘도 흰머리 뽑고 왔다. 원래 배가 아파서 뽑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저녁먹고 멀뚱멀뚱 할얘기도 없이 앉아있기가 민망해서 결국 흰머리를 뽑아드리겠다고 말함. 이번엔 배 안접히게 하려고 앉아서만 뽑았는데도 쇼파높이가 높아 허리가 수그러짐. 배가 아팠다. 나도 참 사서 고생이야

 

 

 

10일째, 1월 10일(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슈얼리 원포임테기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아주 냉정한 한줄, 역시 월경전증후군인가?

검색해보니 벌써 두 줄 나오는 사람도 있고 아직 기다려봐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어제 통증이 착상통은 아니었을지 자궁이 커지면 아프다던데 그런건 아니었을지 내심 기대했는데 너무 선명한 한줄이라 실망스러웠다. 푸근씨에게 말했더니 이제 가능성이 없다는 듯 나를 막 대하기 시작...-_-

시술하고 증상이 없어서 집안일을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지만 먼저 도와주려는 표현도 없고, 집안일을 분주히 하고 있는데 외출하게 빨리 준비하라는 얘기뿐 "빨리 준비하라는 말만 하지 말고 빨리 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되잖아"라고 말했더니 멋쩍어함.

시험관을 진행하면 힘든 티를 아주 팍팍 내기로 결심했다.

배통증이 많이 줄었지만 푸근씨가 나를 너무 막 대하는 것 같아 그냥 계속 아픈척을 했다. "건드리지마, 나 배아파"

어머님이 친척들에게 내가 시술받은 얘기를 하신 모양. 푸근씨에게 시외할머님이 전화하셔서 결과 언제 나오냐며 나한테 잘해주라 하셨단다.

가뜩이나 한줄봐서 씁쓸한데 지나친 관심에 말문이 막혔다.

오후에 부천 만화도서관 가서 책 읽고 마트 들러 사과 사서 어머님댁에 푸근씨 통해 들려보냄. 겸사겸사 여성용품도 사옴. 그러면서도 혹시 쓰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 사용하던 제품 말고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사옴; 그런데 집에 오니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이불속에 있는데도 추웠음. 임신하면 몸살 온다던데 설마? 했지만 저녁으로 치킨 먹고 나니 더워졌음.-_-

 

 

 

 

만화도서관에서 읽은 책

 

 

 

아침에 원포임테기 한 줄 보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니...

 

 

 

 

 

공감했던 컷들.

 

 

 

 

 

아마, 우리 푸근씨가 아직까지도 아이에 대해 간절해하지 않는 이유?

나 역시 난임병원을 다녔으면서도, 이번처럼 임신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결심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오던 내가, 내 시간을 포기하고 육아를 잘 할 수 있을지?

지금 이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좋은데, 칭얼대고 잠안자는 아이를 달래느라 잠도 못자고 진이 빠질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막막.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아이를 통해 알게될 또다른 행복,

우리 두 사람을 더 끈끈하게 이어줄 아이라는 존재가 이제 그만 나의 생활안에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아이를 못 가지면 푸근씨와 헤어져야하는 걸까? 라는 생각까지 조금 하고 있다.

 내가 이런 생각 하는 줄도 모르고 푸근씨는 여전히 천하태평. 바람이라도 피워 자식을 만들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

이게 말이야 방구야...-_- 

 

 

 

 

 

 

살면서, 배꼽의 바닥을 보게 될 거라 상상을 못했었지만,

결혼하고 보니 배나온 우리 푸근씨 배꼽은 바닥이 참 적나라하게 잘도 보였다.

한번도 배꼽에 주름이 없었던 사람인양, 주름잡힌 내 배꼽을 더 신기해하던 푸근씨;

근데 이제 나도 배꼽에 주름 좀 펴져봤으면 좋겠네.

 

 

 

 

 

 

 

 

 

 

 

결혼전에 다큐멘터리 보고 자연주의 출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비용면에서나 통증면에서... 역시 어려운걸까?

 

 

 

 

 

 

 

11일째, 1월 11일(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테스트를 해볼까? 했는데 남은 원포 테스트기가 딱 한개 뿐이라 그냥 좀 더 미루기로 함.

배가 아팠다 말았다 하는 건 이제 신경쓰지 않으려고 따로 메모하지도 않았다. 다만 기분이 좀 예민해진 것 같다.

푸근씨가 오늘부터 운동 등록하기로 하고선, 서방님과 술약속을 잡아서 순간 날카로워질 뻔.

그리고 크런키 초콜릿 하나를 다 먹음. 단 거 당기는 거 보니 월경전증후군이 맞는가보다.

그런데 원래 마법걸리기전에 라면, 스파게티, 칼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이 많이 당기는데 이번엔 막 간절하지는 않음.

대신 어제 만화도서관에서 책 보다가 옥수수 스프가 먹고 싶어져서 어제부터 한대접씩 끓여 먹고 있음.

잠자기전에 질좌제를 사용하는데, 다른때보다 부은 느낌이었음. 마법임박이라 그런가?

 

 

 

12일째, 1월 12일(화)

지금까지 오른쪽 배만 쿡쿡 아팠었는데, 오늘은 왠일로 왼쪽이 쿡쿡 아픔.

허리도 아프고, 왼쪽 엉덩이도 아픔. 이쪽저쪽 번갈아가며 아프다 전체적으로 다 아프기도 함.

평소 마법 전날 의자위에 쪼그려 앉게 되는 습관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쪼그려 앉을 뻔 했음. 순간 이러면 안돼 하면서 자세 바로 고침.

한마디로 당장 마법에 걸린데도 이상할 것 없는 컨디션임.

 

 

 

 

 

 

 

 

24시간 수면양말을 배에 대고 따뜻함을 유지중인데,

이번 시술결과가 나오더라도 수면양말을 배에 대놓고 있는 건 앞으로 주욱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배가 찬편이었는데 따뜻해지니 좋다.

 

시술 다음날부터 매일매일 질좌제도 사용중이고, 모레까지 사용하면 드디어 끝.

그리고 금요일엔 임신진단검사(채혈) 스케쥴이 잡혀있다.

 

그런데 그전에 꼭 마법에 걸릴 것만 같은 컨디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