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젠가는, 엄마아빠

시험관 1차, 난자채취

by 그냥 쑨 2016. 3. 16.

 

9시 반쯤, 키즈센터 지하 1층 난자채취실 도착
난자채취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푸근씨와 헤어져 안으로 들어가 수술복, 수술모로 갈아입고 안경까지 사물함에 보관하래서 뿌연 시야로 걸어나오니 어렴풋이 정면 침대에 회복중인 환자들이 일어났다 누웠다 하는 것 같아 보였고 간호사쌤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난자채취 현장!
안경을 쓰지 않아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희뿌연 실루엣을 통해 환자가 굴욕침대에 누워있고 선생님과 주변을 둘러싼 간호사들이 처치를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이지... 끔찍하게 느껴졌다. 나도 저래야 되는 거? 정말 뭐랄까... 누워있는 사람은 마취되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정말 굴욕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싫다. 어째서 채취실과 회복실을 이리 오픈시켜 놓았단 말인가... 커튼이라도 쳐주지.

간호사선생님들의 안내로 채취실 바로 앞 대기침대에 누워 링거 연결, 항생제 테스트, 항생제 투여 후 20분쯤 대기했다.
미리 카페 후기를 통해 항생제 테스트가 아프다는 글을 읽고 갔는데, 정말 아프다. 또 링거 연결하는 것도 바늘이 굵어 아팠다.
이제 겨우 1차일뿐인데 주사바늘 들어가는 그 느낌이 벌써 진저리가 난다. 지난 10일동안 내몸이 바늘에 24번 찔렸다.
이식 후 주사를 1대 더 맞아야 하고 임신확인용 채혈도 한번 더 해야하니 시험관 한주기 동안 26번 찔리는 셈. 바늘에 면역이 되는게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너무 싫어졌다.

항생제 투여시 나는 냄새가 역하다더니 정말 싸~ 하게 코를 찡하게 하는 냄새였다. 결코 향기롭지 않음. 

몸무게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재본지가 한참되어 대충 말했다. 혹시 마취약용량때문일까 싶어 좀 높여 말할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깨버릴까봐 겁이 났다. 다음번엔 몸무게를 미리 재보고 가야겠다.

대기침대에 누워 이불을 덥고 있는데도 발이 너무 차가웠다. 추운 건 아닌데 발만 너무 차가웠다.
그리고 내 옆 사물함에 비품들이 들어있는지 간호사들이 우르르 오더니 비품들 꺼낸다고 부산스럽다. 
또 아까 들어오자 마자 봤던 환자 바로 다음순서가 나였는지 내 시술시간 기다리며 간호사쌤들의 수다를 들으며 기다렸다.

드디어 10시, 채취실로 들어가 가운을 허리까지 올리고 아까 봤던 그 환자처럼 굴욕침대에 자세를 잡고 누웠다.
그나마 좋은 건 이 병원은 마취과선생님까지도 여자선생님이라는... 물론 아랫도리 까고 있는 건 나뿐이지만 난임클리닉 다니면서 몇번이나 이랬게... 막상 누우니 대수롭지 않다. 
머리맡에 마취선생님이 긴장되세요? 라고 물으셨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긴장되지는 않았다. 폴립제거수술을 해본터라 비슷하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다만 조기배란되었을까봐 걱정이 컸다.

양팔을 좌우로 벌리고 왼팔엔 혈압을 재겠다고 했고 오른팔엔 약을 투여하겠다고 했고 눈앞엔 마스크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마취 안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으로 눈을 몇번 깜박거렸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회복실이었다.

채취직후였는지 담당 선생님이 11개 채취했다고 말씀하셨고 많이 아프면 진통제 요청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서 다시 눈을 떳을땐 간호사 선생님이 콧줄과 마스크를 제거해주겠단다. 콧줄을 끼우는 줄도 몰랐고 끼워져있는지도 몰랐는데 뺄 때 싸~하게 아프다.
폴립제거할 때도 콧줄은 안끼웠었는데 마취중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건가?
또 잠이 들었었는데 이번엔 간호사가 거즈를 빼주겠단다. 감각이 없어서 거즈를 넣었는지도 몰랐는데 하여간 엄청 나오더라는...

서서히 마취가 풀리는지 방광? 요도?쪽이 찌릿찌릿, 오른쪽 난소쪽도 콕콕 아프기 시작하며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폴립제거 했을때도 참아보려다가 결국 진통제를 요청했었으므로 이번엔 더 아프기전에 진통제를 요청했다. 진통제가 투여되고 11시가 좀 넣어 퇴원하라며 깨웠다.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상담선생님 만나고 돌아가래서 난자채취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푸근씨와 상담선생님을 만났다.
(담당선생님 아니고 시험관만 전문으로 상담해주시는 간호사선생님) 
난자는 11개가 채취 되었고 9개는 좋고 두개는 중급. 내일부터 수정해서 키울거라는. 수정여부는 내일 다시 전화를 준단다.
내일부터 먹어야 하는 약복용방법을 설명듣고 약국에서 약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10개이상 채취시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올 수 있다며 이온음료 섭취하라고 해서 푸근씨가 이온음료도 사다주었다.
푸근씨는 아마 난자채취 직후였을 10시반전에 호명을 받고 정자채취를 했다고 한다.

오늘 진료비는 1,681,457
약값 178,670 

시험관 1차 누적 진료비

자비 615,420원 + 정부지원금 281,580 + 정부지원금 270,260 + 정부지원금 1,348,160(난자채취) + 자비 333,290(난자채취) + 자비 178,670(약값)= 3,027,380

남은 정부지원금(1,348,160) 다 소비하고 자비로 결제
현재까지 자비지출은 1,127,380

이식날 수정비용과 냉동비용 등등이 추가되면 100이상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왔는데 아프긴 해도 진통제 때문인지 참을만 했다. 허리는 펴지지 않지만... 그리고 지난밤 11시부터 금식이어서 배가 많이 고팠다.
그런데 푸근씨가 "라면 끓여줄까?"라고 물어서 못내 섭섭했다. 아무리 큰수술한 건 아니라지만 전신마취까지 하고 이 짓을 했는데 밥먹고 기운내서 아픈거 빨리 나으라고 해도 모자랄판에 라면이라니... 라면은 싫다며 미리 사다놓은 설렁탕 국물을 데우고 밥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으니 푸근씨가 자꾸 방에 들어가서 누우란다. 그러면서 자기는 쇼파에 널부러져 있었다. 짜증이 울컥

"나 배 많이 고파. 말로만 누우라고 하지말고 누울 수 있게 도와주던지? 아무것도 안하면서 말만 누우라고 하면 뭐해"

왜 자기에게 짜증이냐는데 나는 눈물이 났다. 야속하다. 허리도 못펴고 엉거주춤 움직이면 딱해서라도 거들어주겠다.
물론 오자마자 밀린 설거지를 해준건 고맙지만. 이온음료 사러가면서 라면까지 사온 거는 하나도 안고맙다.

밥을 차려 먹는 중에도 눈물이 났는데, 푸근씨가 왜 우냐고 묻는다. 우는게 아니고 이상하게 위내시경 받았을때도 마취깨고 나면 꼭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니 서러운 생각도 들고 우리를 위해 이짓을 하고 있는데 정말 이사람이 아이를 원하긴 하는건지? 어찌 이리도 자기 아내 고통을 모르는가 싶어 많이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푸근씨는 일찌감치 어제 큰동생과 술약속을 잡았었다. 내동생 만난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평소 세심하고 배려심도 깊은 편인데 이상하게 이렇게 한번씩 눈치없이 행동할 때가 있단 말이야. 세상에 완벽할 남편감이란 없는거겠지...

푸근씨가 동생 만나러 나가고 오후내내 누워있다가 화장실간다고 일어났는데 아까보다 더 아프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겨우 걸어가 변기에 앉았는데 갑자기 소름이 끼치며 귀가 먹먹해지며 삐-하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이 깜깜. 겨우겨우 정신 붙들고 일어나 침대에 누우니 식은 땀이 쭉. 자세도 바로 고치지 못하고 증상이 사라질때까지 숨을 골랐다. 아 이래서 시험관 힘들다하는구나. 정말 두번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배가 땡기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통증,  배란통보다 더 깊고 뜨끔뜨끔한 통증인데 왼쪽보다 오른쪽난소가 많이 아프다.


그런데 누워있으면 괜찮다. 자세를 바꾸지는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