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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엄마아빠

시험관 1차, 5일배양 이식 전(세포분열) 종료

by 그냥 쑨 2016. 3. 21.

불안했다.
카페에서 수정란이 5일배양을 버티기 힘들다는 글을 여럿본터라 이식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지.
만약 문제가 되면 3일째에 연락을 주시기로 해서 혹시나 하고 언제든 병원갈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이식시간(오전 9시)을 알려주는 연락이 오기에 다행이 아무일도 없는 줄로 알고 안심했었다.
어젯밤까지 복수때문인지 난소가 부어선지 빵빵해진 배를 보며 이식을 못하게 될까봐 이온음료를 더 많이 마셨었다.
그래선지 오늘 컨디션은 짱
아침에도 오지말라는 연락이 없었으므로 다행히 배아가 문제 없이 세포분열을 하고 있나보다며 집에 오면 무조건 누워있을 생각으로 침대이불도 바꿔놨었는데 그 바꿔놓은 쾌적한 이불을 덥고 눈물바람.

복수때문에 이식못할까봐 배를 자꾸 확인하게 됐었다. 굴욕침대에 누울 때 갈비뼈에 날카로운 통증이 있어 깜짝 놀랐는데 그때까지도 복수나 난소 때문에 걱정을 하느라 배아가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수술방 바로 옆방에 있는 연구원?에게서 배아상태를 확인하고 시술해주겠다는 담당선생님을 기다렸다.
근데 좀 오래걸리는 느낌이긴 했다. 이리 오래걸릴 걸 왜 이리 미리 눕혔을까 아랫도리 썰렁하게...

잠시 후 태블릿pc를 들고와 설명해주시는 담당선생님 요점은 "배아상태가 좋지 않아요." 

- 채취된 난자 11개중 7개 수정. 
- 3일동안 세포분열을 잘하다가 4일째 5개가 멈춤.
- 그나마 2개(3등급, 4등급)가 세포분열을 하고는 있으나 속도가 매우 느려 오늘이 5일째임에도 4일배양상태.
- 둘 중 그나마 아주 조금 더 나은 1개는 내일까지 키워볼 예정. 만약 5일배양의 분열을 하게 될 경우 그상태로 냉동해두었다가 다음주기에 이식. 하지만 세포분열 및 냉동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 냉동가능시 내일 연락주기로.
- 상태가 이렇지만 이식을 원하다면 할 수는 있음. 하지만 내 몸 상태는 5일째인데 배아는 4일째라 착상확률은 거의 없음. 성공확률이 워낙 낮아 이식비용을 들이고 내몸에 계속 약을 써가면서까지 노력하는 것보다 이대로 종료하는 편이 나음.

거기까지 듣고 굴욕침대에서 내려왔다. 

여러가지 문제로 이식못했다는 글을 많이 보긴 했는데 내가 속할 줄이야
더 비참했던 건 조명은 단지 아랫도리를 비추는 등 하나만 켜진 어두운 시술방 안에서 굴욕침대에 다리까지 고정하고 누워서 그런 절망적인 얘기를 들은 것이다. 뭐야... 이식 못 한다는데 나 왜 이렇게 누워있는거지?라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추가적인 설명은 이런 경우 100%라고 단언할 순 없으나 정자문제일 가능성이 많다.
둘 다 운동 열심히 하고 영양제 잘 챙겨먹고 다음 진행 땐 약도 방법도 다른 것을 써볼 수 있고 보통은 수정란을 매일 꺼내 세포분열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데 수정란을 배양 기계에 넣어두고 한번도 꺼내지 않고 모니터로만 확인하며 배양하는 방법도 써 볼 수 있고 5일 배양 말고 3일 배양으로 이식해 볼 수도 있다. 아직 해볼 수 있는 여러방법이 있다며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과배란시 두달을 쉬어야하므로 6월에 방문하라는 얘기에는 또다시 절망...


그리고 자책은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냥 쌍둥이도 좋다고 결심했더라면 3일배양으로 지난 토요일에 이식을 받고 지금쯤 기대에 찬 기분으로 설레며 보내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다니...

난자채취 두번은 못하겠던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아직도 배는 쿡쿡 쑤시는데 내 뱃속에 아무것도 없다니...

 

 

 

푸근씨가 조퇴를 하고 집에 왔다. 내가 울면서 전화했더니 걱정이 되어서 기분풀리라며 작은 꽃 화분을 사왔다.
그리고 함께 마트에 가서 장도 봐왔다. 닭고기+전복+낙지를 끓여주겠다며 몸보신하라며... 아무 것도 없는데 이제와 무슨 몸보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하자는데로 하기로 하고 지금 그는 요리중. 자꾸 그릇이며 재료며 찾아달래서 귀찮지만 그래도 마음이 고맙다.

그러면서도 오늘 이식했으면 나는 침대와 한몸으로 누워있었을텐데 마트장을 너무 많이봐와서 10kg쌀과 1.8L담근주와 커다란화분받침대, 산낙지까지 들고 3층을 올라가라는 푸근씨의 말은 참 씁쓸했다. 물론 그는 더 무거운 것들을 들고 와야했지만... 나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 수시로 배가 아픈데 말이다...

푸근씨때문에 웃었다가 또 괜히 멍때리다가 눈물이 핑... 지난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워서 자꾸만 눈물이 쏟아진다.